자연 속에서

걸어서 가기...

가을 홍시 2008. 5. 29. 19:19

기름값이 장난이 아니게 오르고 있고,

요즘 시간 내는 것도 어렵지 않고,

운전하는 것도 스트레스이다보니

대중교통을 이용해 시골을 가 보기로 했다.

우선 지하철을 이용해 동서울터미널까지 가야했다.

가다보니 용포행 9시 30분차를 놓치게 생겼다.

허겁지겁 중간에 내려 택시를 탔는데...

(오늘의 목적과 어긋나지만...)

버스는 떠났고...

 

그래서 감곡행을 탔다.

느긋하게~ 여유롭게~

직통이 아닌 직행이다보니 들르는 곳도 많다.

감곡에 도착해 용포행 버스를 알아보니

30분 간격으로 충주시내버스가 있었다.

얼마 기다리지 않아 버스가 왔고

용포까지 즐겁게 왔다.

 

감곡서 출발하는 충주행 시내버스, 용포를 지난다.

 

헌데 용포에서 내리고 보니 영죽까지 가는 시내버스는 3시 10분에 있다.

그래서 걸어서 영죽고개를 넘기로 했다. 대충 6-7Km되지 않을까 싶다.

고개만 올라서면 쭉 내리막이니 가 볼만 했다.

 

등산용 스틱도 가져왔겠다. 슬슬 걸었다.

고개까지 제법 가파라 숨도 찼지만 날씨도 비온 뒤라 선선했고 공기도 맑으니...

차로 오갈때 눈길만 주었던 오솔길들도 답사를 했다.

 가다가 엉겅퀴 군락이 눈에 들어왔고 가보니 무덤이 있었다.

 

 

비석을 세운지 오래지 않은 것 같은데 이상한 것은 부인 이름만 남고 남편 이름이 삭제된 것...

돌아가신 분이 환생하지는 않았을테고... 국립묘지로 초빙을 받으셨는지...  

 

뒷편에 새겨진 자손내역도 아주 세세하다...

특히 차녀가 미국인 다니엘 파커와 결혼하고 외손자가 스티븐 파커란다...ㅎ

 

고개를 넘어 구불거리는 길을 걷다가 그동안 궁금했던 계곡으로 들어섰다.

맑고 깨끗한 계곡물이 흐르고 있었고, 바위에 낀 이끼도 그윽했다.

아! 앙성의 祕이닷!!!

 

아! 좋다! 소리가 저절로 나온다. 이곳은 여름에 인근 주민들이 피서을 즐기는 곳이다... 좁은 길에 차가 빽빽하게 서있을 때도 있다...

 

계곡에서 나와 길 섶에서 찾아낸 산딸기... 바야흐로 익기시작한 첫물 딸기다... 

따서 입에 넣으니 새콤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근처 뽕나무의 오디도 조만간 익을 태세다...

 

훠이훠이 휘돌아 내려오니 우리집이 보인다.

반가운 마음에 한달음에 도착했다.

지난주 흐드러졌던 작약은 이제 꽃잎을 떨구고 있었고...

 

 

윗마당 한켠의 붓꽃도 한창이었다... ㅎㅎ 네가 아침고요에 있던 붓꽃보다 이쁘다~ 

 

심은지 3년 지난 사과나무가 열매를 딱 3개 맺고 있었다.

 

밭에도 그사이 웃자란 토마토가 있었고 완두콩도 잔뜩 열매를 달고 있었다.

토마토와 오이에 지주대를 꽂아주고 마늘밭에 풀도 뽑고...

밭 한가득 꽉채운 상추와 치커리를 솎고, 쑥갓도 솎았다.

씨뿌린 상추를 일부 모종으로 옮기고...

그러다 보니 어둑어둑해 졌다...

막차가 8시 10분 무렵 들어온댔으니 나설 준비를 했다.

동네를 지나다보니 논에 백로와 회색 황새(?)가 한가롭게 먹이를 찾다가

내가 딛는 발자국 소리에 후다닥 날아간다... 

 

까시님이 다니셨을 영죽분교에는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다.

운동장 한가득 풀이 무성하고...

능목이며, 그네며, 축구꼴대까지 있는데 정작 아이들이 없다... 

그런데 예상 밖의 사건들이 터지기 시작했다.

우선 이곳에 오는 버스는 용포로 가는 것이 아니고 충주로 곧바로 간단다...

그래서 38번 국도로 나오자 마자 내렸다...

동서울 직행 버스시간이 아슬아슬했다.

 

마침 시내버스가 왔고... 아저씨께 여쭈니 용포까지만 간단다...

감곡행은 끊겼다고... 그래서 시외버스 시간에 마출 수 있을까 여쭈면서...(택시도 아닌데...ㅎ)

용포에 들어서니 저만치 동서울행 시외버스가 출발하고 있다...

놓치고 만것이다...-.-;;

어떻게 할까...

차부 아주머니에게 여쭈니 이제 동서울행 버스는 없다고...

감곡에서도 없다고...

마지막 선택은 20분 후에 오는 수원행 직행버스...ㅎㅎ

 

엉거주춤 서있는데 어떤 아가씨가 다가오면서 감곡까지 가려면 타란다...

(순간 긴장... 아무리 아가씨라 해도 요즘같은 흉흉한 세상에...ㅎㅎㅎ)

버스에서 기사 아저씨와 얘기하는 것을 들었단다...

자기는 용포가 집인데 뭘 사러 감곡까지 가야 한다고...

(머뭇거림을 접고 호의를 받기로 했다....)

이런 고마울 때가...

 

차를 타니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먼저 출발한 버스가 감곡을 거쳐가는 직행이고 감곡에서 10분 정도 정차한단다... 

그 버스를 잡을 수 있을지... 조바심을 내며 차부에 도착...

뛰어가니 아직 그 버스가 손님을 태우고 있었다...ㅎㅎㅎ

그래서 마지막 동서울행 버스를 잘 타고 왔다...

그런데 그곳까지 태워다 준 천사같은 아가씨한테 인사도 제대로 못했다...-.-;;

버스 잡는다고 뛰는 바람에...

 

버스 안에서 얻은 결론...

차를 끌고 가는 것이 여러 모로 경제적(?)이라는...ㅎ

그래도 가끔은 대중교통을 타되 동네까지 가는 버스와 연결될 수 있게 하는 것...

어쩔 수 없이 1번 정도는 택시를 대절해야 할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만 놓치지 않는다면 너무 편하고 즐겁다는 것...

운전할 때 그 많은 이정표와 신호들이 시야를 괴롭혔는데...

1시간 30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흐른다는 것...ㅎ

 

영죽에서 딴 산딸기와 우리 밭에서 딴 딸기를 짬뽕하여 만든 딸기쨈...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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