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글

어처구니 없는 일...

가을 홍시 2009. 1. 9. 14:04

어처구니란 맷돌 손잡이를 일컷는다지...

암튼 어처구니 없는 일이 어제 연거퍼 있었다.

 

딸내미 눈가 손눈썹이 자라는 곳에 사마귄지 점인지가 제법 도드라지게 있었다.

계속 그게 거슬려 지지난 해 피부과, 안과를 두어군데 갔더니

눈과 너무 가까이 있어 서울대병원 안과를 가라며 진료의뢰서를 써줬었다.

그러고 생각하니 고3이 코앞이라 입시 후로 미뤘었다.

그 후 딸은 그 사마귀를 볼 때마다 더 커지고 있다며 조바심을 내고 있었다.

 

어제는 새로 받은 진료의뢰서를 들고 서울대병원에 가는 날이었다.

오전휴가를 내고 딸과 서둘러 병원을 향해 출발했다.

출발하면서 딸이 휴대폰을 안가져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오늘의 사건을 키웠다...ㅋㅋㅋ)

그래도 시간이 빠듯하여 그냥 출발했다.

예약시간을 10여분 넘겨 허겁지겁 도착했고

딸을 먼저 진료실로 올려보내고 나는 주차하고 수납한 다음 안과로 갔다.

예약을 했어도 진료시간이 미뤄져 30여 분 지난 후에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고

(사마귀가 아니라 점이란다... 우선 도드라진 부분을 잘라내는 정도로 수술하자고...

뿌리까지 없애려면 흉이 생긴단다... 나중에 재발할 수 있지만 그래도 그게 낫다고...)

오후 3-4시쯤 다시 와서 수술을 받으라고 했다.

어정쩡한 시간 갭을 없애기 위해 우선 점심을 먹고 직장에 들러 바쁜 일을 처리하고

다시 오기로 했다. 딸은 사무실 내 방에서 잠시 쉬기로 하고...

병원 1층으로 내려오니 딸은 화장실엘 간다고 했고 난 밖에서 기다리다

시간이 걸리길래 반대편 코너에 기금 기부자 두상을 구경하고 있었다.

화장실 쪽을 힐끔거리며...

그래도 늦는다 싶어 화장실에 들어가서 보니 보이지 않고

되돌아 나오다 밖에 까지 나갔다 온 딸과 마주쳤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 가벼운 조크가 오갔고

(실은 이것도 휴대폰을 안가져 온 탓!!!)

같이 좀 침침한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갔다.

주차공간이 여의치 않아 귀퉁이에 적당히 세워 놨었는데

앞 자리 타기에 적합치 않아 딸은 뒷문을 열고 타는 듯 했다.

(문을 열었고 닫는 소리도 들렸다. 짐도 없었기에 뒷문을 여는 용도가 타는 것 밖에 없었고...)

마침 뒤에 다른 차가 나가려고 대기하고 있는게 백밀러로 보였기에

바로 출발했다...

 

서울국립과학관 쪽으로 빠져 성대 앞을 지나고 돈암 사거리 근처까지 오면서

난 이 이야기 저 이야기 중얼거렸고 딸은 대꾸가 없었다.

'화장실서 어긋나 삐졌군'하며 그냥 계속 운전했다.

그러다 나중에 피부과도 같이가자 하면서 뒤돌아 보니 알뿔싸 아무도 없다!!!

이런 일이... 병원 주차장에서 앞자리에 타려고 차가 빠지길 기다렸었나보다...

난 뒷 차가 신경쓰여 탔으려니 하고 걍 출발한 거고...-.-;;;

다시 되짚어 서울대 병원으로 향했고, 인도 쪽을 주시해봐도 딸이 보이지 않는다.

병원에 들어서니 핸폰이 울렸고

딸이다!!!

어쩜 그냥 출발할 수 있냐며 자기는 밖에 나와 있단다...ㅋㅋ(공중전화)

다행히 큰 길을 돌아 딸을 태웠고 우리는 왜 어긋났는지 다시 티격태격 주고 받으며

냉면을 먹고 싶다는 딸 말에 근처 가끔가던 냉면집으로 향했다.

어린 아이였으면 잃기 딱 맞았겠고 난 거의 미친 엄마가 되었겠지...ㅋㅋㅋ 

 

점심을 먹고 나오면서 딸이 오늘은 일진이 이상한 날이니까 조심해야겠단다...ㅋㅋ

그럼서 아빠가 나였으면 폭발했을 거란다...ㅋㅋㅋ

 

오후에 다시 병원에 들러 수술을 받고 사무실 들러 가방 챙겨 집으로 향했다.

(오후도 조퇴서를 제출하고...)

눈에 댄 거즈에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보니 심난하다.

집에서 항생제 안연고만 두어번씩 발라주면 된단다...

우여곡절 끝에 딸과의 밀린 과제를 하나 또 해결한 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