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할머니...
일요일 늦은 아침을 해결하고
강아지들 먹이를 주고 이넘들이 어지러놓은 마당을 치우고 있자니
빨간코드를 단정하게 입은 할머니 한분이 지나다 말고 들여다 보고 있다.
"강아지가 이쁘요... 분양할거요?"
"네, 친구가 갖다가 키우기로 했어요..."
"돈을 꼭 받고 분양하요..."
"친군데요..."
그럼서 원래 광주에 사시는데 설때 큰아들네 집에 오셨고
큰아들은 고등학교 교장을 은퇴했고 썰매끄는 큰 개를 두마리 키운다고...
그러면서 아들 다섯과 딸 하나를 두셨단다.
광주에서는 셋째아들과 계시고 둘째아들은 사업차 러시아에 있단다.
그 둘째아들 손자가 올해 그곳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손녀는 한국에서 건축설계를 하고 있다고...
이야기가 길어져 들어오셔서 따뜻한 차를 한잔 하시라했고...
할머니는 미안타하시면서도 들어오셔서 연신 자손과 식구들 정보공개...ㅎ
연세를 여쭈니 우리 시엄니와 동갑이시네...
많이 정정하시고 고우시다...
커피를 안드신다고 해서 과일과 따뜻한 우유를 드렸더니
과일만 맛나게 드신다... 그럼서 우리 애들에 대해 묻는다...
딸내미가 대학 3학년이 된다 했더니 손자 며느리 삼아야 겠단다...
사진을 보시고는 이쁘고 지혜롭게 생겼다고...ㅎㅎㅎ
할머니 친정쪽은 판사, 검사, 의사... 쟁쟁하다며
똑똑한 넘들끼리 짝지어 주면 후손도 똑똑하다나...ㅎ
애고 아직 애덜인데 넘 어리다 했더니...
당신이 열여덟에 시집왔단다...ㅋ
그럼서 4월에 또 한번 올거이니 그때 다시 보잔다...
바람쐬러 거닐다가 이웃에 관심을 둔 할머니...
대문을 열라며 적극적으로 다가온 것도 드문일이고...
나도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단칼에 자르고 들어갔을테지만
시엄니 연세의 할머니라 무장해제하고 만 것...
아뭏튼 어쩌다 지나는 할머니에게 장단맞추고 나니...
지나고 나서도 따뜻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