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엄니1...
우리 집은 소종갓집...
일년에 제사가 여섯 번이 있고(그나마 고조, 증조부모를 묘사(시제)에 올려서...)
설과 추석... 합이 여덟 번이다...
그러나 가까운 친척이 없어 거의 식구끼리 제사를 지낸다...
먼 친척은 머~얼리 시골(경남 함안)에 계시고...
결혼하고 맞은 첫 제삿날은 어릴 적 시골에서 제사때 얻어먹던 녹두빈대떡
생각이 나면서 그냥 나도 들뜬 날이 되었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데는 시엄니(아버님은 일찍 돌아가셔서...)의 말씀이 큰 도움이...
"야... 산 사람이 먹을 수 있는 것만 간단하게, 그리고 한 접시꺼리만
하거라... 그리고 나 가거든 모든 제사 한꺼번에 연초에 지내버리삐라..."
정작 시엄니가 조금씩, 간단하게를 외치시니 나는 그래도 요 정도는 해야지...
하면서 이것 저것 장만하게 된다.
설 때 떡국으로 제사를 지내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집은
그냥 평제사 때와 같이 밥과 국으로 지낸다...
이것도 우리 시엄니께서 바꿔 놓으신 것...
옛날 지엄하신 어른께 감히 요청하길...
"동네 친척들이 먹을 떡국을 준비하는 것은 좋은데
조금씩 남긴 떡국을 버릴 수도 없고
떡만 소쿠리에 바쳐 놓아도 며칠을 불어터진 떡국으로 먹는데
도저히 못먹겠으니 밥으로 바꾸면 어떻겠습니까?"
그래서 승낙을 얻어내신 시엄니...
시엄니는 지금도 떡국을 싫어하신다...
또 하나...
못살던 시골에서도 명절 제사 때마다 올라가는 제수용 생선...
항상 제사를 마치고 어른들이 드시고 나면 머리 밖에는 안남아서
며느리들은 맛도 못보았는데...
이도 시엄니께서 '시집오기 전에는 생선머리는 개나 고양이만
먹는 것으로 알았는데 여기서는 며느리들이 먹는다. 이왕 장만할 때
조금 더 사서 다함께 먹자'고 웃어른께 요청하여 그리하게 되었다는 말씀...
그 보수적이었을 경상도 소종갓집 종손며느리로서
잘못된 부분을 고쳐가며 용감하게(!) 살아오신 시엄니...
어느 덧 팔순을 바라보고 계신데...
현재의 기억들을 순간순간 잊고 과거 속 이야기 속에 취해 사신다...
이제는 거푸들어 나도 욀 정도가 되었건만
시엄니는 토씨하나 안틀리고 다시 반복...
갈수록 이야기 속 시간 흐름이 엉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