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 속에서

무서리의 위력...

가을 홍시 2005. 10. 24. 15:49

예보에도 나왔고 저녁 공기가 상당히 싸늘해서 알아보기는 했는데...

무서리 한 방에 여기저기 팔팔하던 초록 잎들이 축~ 늘어졌다.

축 늘어진 목화... 아직 무수히 맺힌 꽃과 열매는 어쩌라고...-.-;;

 서리맞아 볼 품없이 변한 백일홍... 지난 주까지 선명한 분홍색이 이뻤는데...

 

서광화... 뱀을 퇴치한다하여 광적으로 씨앗을 모아 심었는데... 햇꿈님 말씀에 따르면 효과가 없다고...-.-;;

 

 

지난 토요일, 조카 결혼식이 반포성당에서 있었다.

막히지 않는 길을 잘 찾긴 했는데...(중랑천 뚝방길 -> 옆지기 사무실 ->성수대교 -> 88도로 ->반포...) 옆지기 사무실에 뭘 좀 갖다 주고 가느라 조금 늦었다...

조카 아이는 공고와 한국산업기술대를 나와, 지금은 송도 테크노파크엔가 근무하고 있다.

아빠(우리 둘째 오빠)가 10년 전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기에 늘 안된 마음을 갖고 있었는데...

신랑은 대학 동기동창 이랬다... 행복하게 잘 살 길...

 

 

우리는 시골로 또 발걸음을 해야 했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친정식구들과 헤어졌다.

단풍구경 차량이 밀린다는데... 크게 막히지 않고 앙성 터에 도착했다.

해가 떨어지니 공기가 싸늘하다...

다들 추워 추워 하면서 난로를 지폈다.

벌써 난로라니...ㅎ 불과 한달 전에도 덥다고 그랬던 것 같은데...

 

저녁을 먹고 앙성 주변 한바퀴에 나섰다.

강변 길을 따라 가면서 보니 느림보님도, 바람따라님도 안오신 듯...

온천지대를 지나면서 조조님 댁에 들렀다.

아이들과 옆지기는 북경에 가 있고 모친과 함께 계셨다.

늦었는데... 애들이 보고 싶어 이번 주에 중국 또 가신다나...

옆지기께서 공부하면서 애들을 데리고 있다고...

구절초 모종 꾸러미를 전해드리고 돌아서니 폭죽을 한아름 싸 주신다...

울 아들이 노렸던 건데...ㅎㅎ 지난 번에 주신 폭죽도 신나게 다 썼다...

 

다음 날, 딸이 건너 편 산엘 가 보자고 조른다.

포크레인이 터 닦기를 하면서 접근이 편해졌다는 말을 듣고 가보고 싶어졌단다.

지난 겨울 계곡 탐사에, 집터 구경을 했던 곳이라... 궁금했었나 보다.

2주에 걸쳐 밤을 주웠던 곳이기도 하다.

계곡을 건너다 딸은 첨벙 물에 빠지고... 엉덩방아까지...ㅎ

 

계곡에서 첨벙 빠져버린 딸, 신은 장화가 무색...바지를 장화 밖으로 내 버리고...

 

계곡이 이어지는 곳에 있는 씨앗들, 작년에 보았을 때도 눈길을 끌었는데 지금까지 이름을

모르고 있었다.  다시 궁금해 지는 마음...

 이게 뭘까... 노란 껍질이 벗겨지니 2-3쪽으로 주황색 씨앗이 들어 있다...

 

 

이번엔 가보니 밤은 철이 지났고 여기저기 버섯이 보인다.

따서 냄새를 맡아보니 식용버섯 냄새는 나는데...

하긴 표고종균 넣은 참나무에서 피어난 버섯도 의심하는 판에... 옆지기가 만지지도 말라고

주의를 준다... 

 

 양송이 버섯처럼 생긴... 냄새도 향긋했는데...ㅎ

 

 버섯들...

 

아직 산쪽에 난 계곡은 그대로 있어 다행이다.

 

아들의 독촉에 다시 집으로 와서 이것 저것 갈무리를 했다.

고구마도 마저 다 캐고 줄기도 다듦었다.

고구마는 퍼섞한 흙에서 자란 녀석들이 실했다. 오늘 캔 곳은 마당에서 흘러드는 물이

모아져 내려가는 곳이라 항상 질척했는데... 역시나 고구마가 줄기에 비해 영 못했다.

 

 소출이 형편없는 고구마...-.-;; 옆지기가 캐고 봉지에 담고 있다... 박스가 아닌...

 

붉은 팥과 해바라기 씨, 코스모스 씨앗도 받아두고...

붉은 팥은 딸때마다 신통하다. 시골에 사는 언니가 팥죽이나 해 먹으라고 2년 전인가 준 것을

한 움큼 갔다가 뿌린 것인데 꼭지 마다 씨앗이 세 꼬투리씩 달려 있다. 신통방통한... 동지때

팥죽 쑤어야지...ㅎ

 

붉은 팥...그리고 동부...

 

햇꿈님이 분양한 해바라기 씨가 한해의 결실을 이리 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 하나 대형 씨앗 송이는 느림보님 댁에 시집갔다...ㅎ

내년에 심을 씨앗은 10여 알이면 족할 터... 겨울 밤 호박씨 아닌 해바라기 씨앗이나 까먹을까나...ㅎ 이미 쇠버린 참취, 미역취 잎을 옆지기가 훑어왔다... 데쳐서 나물로 볶아 먹는다나...

이그, 이걸 볶으면 맛이 날까...? 엄청 씁쓰레 할 것 같은데...

 해바라기 씨앗, 옆지기가 딴 취잎... 이미 쇴는데...

 

아직 푸른 빛이 도는 호박은 얇게 켜서 말리면 좋겠는데... 호박 오가리?

걍 오래 놔두면 또 썩을 거고... 작년에는 단호박이 많았는데 올 해는 애호박 먹겠다고 이 호박

씨앗을 주로 심었었다... 호박 죽 할 때는 단호박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가운데 호박은 딸이

낑낑거리며 따서 옮겼다...

 

무서리 때문에 따서 갈무리한 호박들... 놔두면 썩는단다.

 

시골 내려 올 때 이번에 공부한 산국과 감국을 제대로 써 먹으리라 했는데... 겨우 한 것이 내려

온 날 어둑해 질 때 딸내미와 뒷산에 잠깐 올라 산국만 한 웅큼씩 따고 끝~ 다음 날은 마음이

바빠 산에 오를 짬이 나지 않았다.  결국 감국은 구경도 못하고...-.-;;

 

뒷 산에서 딴 산국... 말려 보려는데... 뭘 할까... 시간이 없어 감국 근처엔 가보지도 못했다.

 

배추 잎에 붙은 초록색 배추벌레와 종은 같아 보이는데 보라색 갓에 보라색 애벌레가 붙어 있었다. 신기한 녀석들... 보호색... 목숨을 위해 몸 색깔을 바꿨을 텐데... 하며 슬며시 다시 놓아 주었다. 애벌레를 어렸을 때 부터 좋아하던 아들녀석이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이쁘다고 쓰다듦고

다시 잎 근처에 내려 주었다... 배추에 붙은 녀석들은 과감히 처단했는데...ㅎ

보라색 갓 잎사귀에 붙은 보라색 애벌레...

 

여름 내 일주일에 3-4개씩 오이를 매달고 있어 기쁘게 해줬던 오이가 여전히 애오이를 달고 있다.

어제는 멀쩡했는데 서리 탓에 오늘은 살짝 데친 것처럼 표피가 투명해 졌다... 앙징맞은 오이가

이쁘다고 딸이 찍어 달랜다...

맺힌 상태에서 무서리를 맞은 불쌍한 애오이...

 

시골만 오면 심심해서 주리를 트는 아들...-.-;;

어제 얻는 조조님표 폭죽을 대낮에 시험해 본다고 펑~ 펑~

숯불도 지피고 감나무 잎사귀도 태우고...

그러면서도 산에 가자면 그거는 힘들어서 싫다고...

불장난 하는 아들...

 

냉동실에 얼려있던 가래떡으로 떡볶기를 해줬더니...데크에서 정신없이 먹고 있는 애들...

 

시골기차에서 수세미를 수세미로 쓰려면 겉껍질을 물에 넣어 썩혀야 된다는 글을 읽었다.

연못에 넣고 1주일 지나니 저절로 분리되는 겉과 속! 이제 수세미로 써도 될 듯...ㅎ

지금 서울에서 쓰고 있는 수세미 구조와 많이 닮았다...ㅎㅎ

  겉껍질은 썪히고 나니 속살이 드러난 수세미... 수세미로 써도 될 듯...

 

종종걸음을 치다가 고개들어 앞산 전체를 바라보니 깊고 묵직한 느낌을 주는...

이제 검붉은 빛과 갈색, 노란 색으로 듬성듬성 바뀌면서 가을이 가겠지...

 가을색으로 짙어질 앞 산

 

마을 쪽 야트막한 산등성이들도 이쁜 모습이다.

보이는 쪽은 음촌마을... 길쭉하게 개울을 경계로 음촌과 양촌이 갈린다...

이장도 다르고... 두 마을이 은근히 모든 것에서 경쟁하고 있는 듯....

영죽리 마을은 후곡, 양촌(우리 집 있는 곳은 양촌의 호두거리...ㅎ), 음촌, 상영죽, 산막... 이렇게 다섯 곳이다. 이장도 5명... 지역도 넓게 흩어져 있다...

동네 쪽으로 한 컷... 우리집은 양촌마을 맨 끝 꼭대기집...

(% 지름신이 봐줘서 카메라는 공짜 A/S를, 핸펀은 A/S 기사 손에서 기사회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