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의 글

장마비 속 한가위...

가을 홍시 2005. 9. 17. 23:40

이리저리 시간을 맞춰봐도 앙성에 갈 짬이 나지 않는다.

앙성에서 풋대추도 따와야 하고

송편에 넣을 동부(?)도 거둬야 하는데...ㅎ

금요일, 휴가를 내서 다녀오기로 했다.

당연 옆지기도 따라 나서고...

 

사실 풋대추도 동부도 핑게일게다.

한 주일 눈 맞추지 못하면 괜히 허전할 것 같아 무리수를 둔 것이다.

아직 귀성 행렬이 본격적이질 않아서인지

평소대로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환기를 하고

울타리 콩을 땄다.

동부도 따고 풋대추도 땄다.

대추가 지난 주만해도 싱거웠는데...

빨간 부분이 제법 많아지면서 아주 달착지근해졌다.

 

이제 시골 일에 재미를 붙인 옆지기를 이용까지 한다.

아직 한 낮엔 덥다...

이제 고추를 거둬야 할 것 같다든지,

대추를 따면 좋을 것 같다든지,

송편에 넣을 솔잎도 좀 따야지...?

이렇게 운만 떼면 우리 옆지기 응 알았어... 다...ㅋㅋㅋ

 

난 그물침대에 기대 커피를 마시고

쬐끔 미안한 생각이 들어 아래 꽃밭에 풀을 뽑았다.


 

뒷산에 올라 솔잎까지 챙기고 나니 날이 어스름해 졌다.

주섬주섬 돌아갈 차비를 하고

하늘을 보니 가득 찰 준비를 마친 달님이 반갑다.

실제로는 보름달에 가까왔는데...

너무 작게 나왔다....

 


 

뒤돌아 오려니 텃밭의 배추도...


 

무우도...

 


 

얼기설기 쌓은 돌탑도...

 


 

해바라기도...


 

아쉽다...

미련이 자꾸 남았지만,

이번 주는 한밤 중 별들과, 달들과 눈맞춤을 할 수 없다...

차롓상을 차려야하하는 한가위란다...=.=;;

 

토요일은 하루종일 종종거려야 했다.

준비가 덜 된 차렛상 준비,

녹두 부치개와 송편, 각종 전 만들 준비...

녹두 부치개도 송편도 이제 딸내미가 챙긴다.

이제 재미를 붙였는지...

어렸을 때는 일부러 체험해 보라고 일을 벌렸었다.

사실 종갓집이긴 해도 고향이 천리길이라(경남 함안)

예까지 오실 가까운 친척도 없고

시엄니도 간단하게 차리라고 누누이 말씀하신 터...

앙성에서 따 온 솔잎...


 

불린 녹두를 녹즙기에 갈고

송편가루는 방앗간에 가서 빻아 왔다.

포도 껍질을 끓여 보라색을,

단호박으론 노란색을 연출...

(단호박은 딸 아이디어...)


 

송편 속은 밤, 동부와 울타리 콩, 깨, 딸이 만든 단호박 잘게 썬 것...

 


 

송편을 쪄 보니 더 색깔이 선명하다.

 


 

녹두 부치개, 고추전, 호박전, 동태전, 새송이 버섯전, 동그랑 땡...

사실 가짓수는 많아도 조금씩 한 것이라

힘들었다고 절대로 주장할 수 없다....ㅋ

 



산같이 쌓인 설겆이는 당연 옆지기 몫이고...

밤치기, 채소 다듦기는 시엄니 몫이다...

 


 

우리 골목 안에는 명절 준비를 안하거나 못하는 집들이 있다.

딸내미 하나 미국에 보내놓고 두 양주 쓸쓸이 있을 앞 집,

그리고 골목 슈퍼 집이다.

두 집에 송편과 전, 부치개를 조금씩 돌렸다.

슈퍼집 아줌마는 요구르트 꾸러미를 들고 달려와 자꾸 디민다...

내일은 차례지내고 오랫만에 고향하늘을 볼 수 있으려나...

 

모두 즐겁고 넉넉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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