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추석 연휴였다.
이렇게 긴 시간을 애들과 집에서 뒹굴러 본게 참 오랫만이다.
종갓집이면서 가까운 친척이 없다보니
오시는 분도 없다.
시누이들이 추석 뒤에 들른게 다니까...
그래도 3일부터 시작된 연휴라
계획을 세웠다.
추석 연휴에는 시엄니를 집에서 모셔야 겠다고 생각했고
첫날은 앙성에서 지내고 송편도 만들기로 했다.
우선 시간이 맞는 딸과 먼저 내려가서
앞 산에 즐비하게 떨어진 밤을 주웠다.
송편 속을 넣기 위해서...
뒷산에 올라 솔잎을 따고...
(키 큰 노송들이라 딸만한 솔잎이 귀했다)
텃밭에 익어가는 풋콩과 울타리콩을 따고
집에서 가져간 깨도 찧어 설탕과 섞어 놓았다.
저녁때 큰 시누이 내외께서 옆지기와 아들, 그리고 병원에 들러
시엄니까지 모셔왔다.
시엄니는 여전했지만 컨디션은 좋아 보였다.
저녁을 먹고 송편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2되 분량의 쌀을 빻아 왔으니
딸내미와 둘이서 충분히 소화했다.
솔잎을 깔고 쪄서 내놓으니 게눈 감추듯 사라진다...ㅎ
차례상에 올릴 것만 남기고 먹어 치웠다.
걍 하나의 이벤트라...
다음 날엔 일찌감치 집에 와 장을 봤다.
녹두를 불려서 믹서기로 갈았다.
녹두 부치개는 딸내미가 좋아한다.
물론 부치는 것도 딸이 거의 다 했다.
추석날 차례를 지내고 나도 휴일이 넉넉하니
시엄니와 한바퀴도 하고
왔다갔다 운동도 하고...
잘 지냈는데...
(그래서 옆지기는 집에 모실 수 있으려나 꿈까지 꿨는데...)
토요일, 일요일은 다른 모드로 바뀌시더니...
밤새 잠도 못자고 들들 볶인 옆지기가
당장 병원에 모시고 가자고 한다...
어찌보면 할머니 아기 같기도 하고
치매증세도 순한 모습으로 보일 뿐이긴 한데
밤새 잠 안자고 헛이야기 되뇌이니...
ㅋㅋ 시엄니 사진... 웃으시라고 몇번을 얘기했는데...
웃음이 안된단다... 피부는 더 쭈글거려 졌지만 얼마나 보드랍고 매끄럽던지... 놀랐다.
매끼 꼬박 드시는 양이 꽤 되고 과일에 간식에 드렸는데도 살이 안찌는 이유???
잠자는 시간이 짧아서가 아닌지 싶다. 밤에 꼬박 새며 뭔 헛얘기를 했는데 낮에도 쌩쌩...
난 원래 어린 아이들은 엄청 좋아하지만 노인들은 안좋아했는데...
시엄니 치매가 심해지니 모습은 노인인데 천상 어린아이다...ㅎ
그래서 이번 추석때 애들한테 "할매가 귀여운 할매애기가 되었다..." 하니
작은녀석이 혀를 쯧쯧 찬다. 더 말개진 시엄니...ㅎ
일요일은 오는 길이 막힐 터이니
월요일 퇴근 후 저녁 때 갔다 오자 했는데...
출근 후 좀 있다 전화가 왔다.
큰 시누이네와 모시고 병원가는 길이라고...
금관화가 씨앗을 흩뿌리더니 빈 화분에서 금관화가 꽤 크게 컸다.
줄기 끝을 보니 꽃도 품고 있다^^
저녁때마다 마당에 나와 딸내미, 시엄니와 달도 보고, 운동도 하고, 강쥐들과 장난도 치고...
겨우살이까지 매달고 사는 고목 모과나무... 중간 중간 패인 구멍에 벌레(주로 바퀴?)도 품고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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